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2022)
- 방송기간 : 2022.01.14 ~ 2022.03.12
- 장르 : 범죄, 스릴러, 수사물, 시대극
- 몇부작 : 12부작
- 연출 : 박보람 / 극본 : 설이나
- 제작사 : 스튜디오S
- 시청등급 : 19세 이상 시청가
- 출연진 : 김남길, 진선규, 김소진, 이대연, 김원해, 김혜옥, 정순원, 공성하, 려운, 등
- 줄거리 : 대한민국을 공포에 빠뜨린 동기없는 살인이 급증하던 시절. 최초의 프로파일러가 연쇄살인범들과 위험한 대화를 시작한다. 악의 정점에 선 이들의 마음 속을 치열하게 들여봐야만 했던 프로파일러의 이야기.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범죄, 스릴러, 수사물 세 가지가 다 들어가 있는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전직 프로파일러 권일용과 전직 기자인 고나무가 쓴 동명의 논픽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다. 연쇄살인범을 다루는 만큼 잔인한 정도가 높아 대부분의 회차가 19세 이상 시청가이지만 웨이브가 아닌 지상파에서는 15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됐다. 무삭제판으로 보고 싶다면 웨이브에서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 이 드라마 티저를 봤을 때 넷플릭스에서 감상한 '마인드헌터'라는 작품이 생각났다. 마인드헌터 또한 무차별 잔혹 범죄가 급증한 1970년대 말 FBI에서 범죄자를 만나 프로파일링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현재 시즌2까지 나왔으면 시즌3 제작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재밌게 봤다면 마인드헌터도 추천한다.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한 동기 없는 살인이 급증하던 시절. 그들은 동기도, 원한도, 그 어떤 인과관계도 없는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국영수는 이런 범죄자들을 보고 송하영과 함께 연쇄살인범들과 대화를 시작한다. 다른 경찰들에게 범죄자 새끼 말을 들어서 뭐하냐, 범죄자 새끼들 비위까지 맞춰주면서 왜 만나냐는 등의 모욕을 들으며 출발한 일이다.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이 구석에 있는 빈 창고에서 범죄자들의 프로파일링을 하기 시작했다. 1년, 2년, 3년... 시간이 흘러갈수록 범죄자들의 심리에 따른 행동 분석 데이터 또한 쌓여갔다. 어느새 사람들은 국영수와 송하영의 말을 들어주고 그들이 하는 일을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악의 정점에 선 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범죄 해결을 위해 그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풀어나가야만 했던 우리나라 프로파일러의 이야기. 제목 그대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다.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김남길이 연기한 송하영은 이제는 방송에서 보는 모습이 더 익숙한 전 프로파일러 권일용이며, 진선규가 연기한 국영수는 한국에서의 첫 범죄 행동 분석팀을 만든 현 윤외출 경남 경찰청 수사부장이다.
그리고 실제 존재했고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때 그 시절의 연쇄살인범들도 실존 인물이다. 황대선은 김해선, 구영춘은 유영철, 남기태는 정남규, 우호성은 강호순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사건들도 실제와 비슷하게 구성하고 보여줬다. 특히 실제 범죄자들의 외적인 모습을 정말 비슷하게 표현했다고 느꼈다. 미디어에 노출된 그들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옷차림까지 뉴스에서 본모습과 거의 일치했다.
탄탄한 스토리
위에서 말한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이라는 점. 거기에 실제와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함으로써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더 몰입하여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었다. 나이대가 조금 있는 사람들이라면 뉴스에서 봤던 사건들이라 더 공감하고 기억하면서 그 시대를 떠올리게 만들고, 그 시대의 기억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워낙 아직까지 회자되고 꾸준히 언급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드라마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잔인함과 범죄 모방 위험으로 인해 높은 등급을 받았지만 여타 잔인하고 자극적이기만 한 드라마들과는 다르다. 이 드라마의 중점은 '연쇄살인범을 다룬 이야기가 아닌, 연쇄살인범을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살인마들의 무자비한 살인 장면보다는 연쇄살인범들과 고요함 속에서 펼쳐지는 끝없는 신경전, 연쇄살인범들을 파악하기 위해 어디까지 동화되는지 그 미묘한 선을 잘 표현한다.
현실에서 느낄 수 두려움
드라마에 나오는 사건들은 SF나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당장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법한 이야기들이다. 나와 내 주변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사건의 피해자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길에서 지나친 사람일 수도 있고, 나이기도 하며, 내 가족, 내 친구이기도 하다. 원한이나 동기가 있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조심한다고 피해 갈 수 있지도 않다. 그저 운이 좋거나 운이 나쁜 사람들일 뿐. 말 그대로 무차별 살인이라는 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송하영과 국영수를 응원하며 보게 만들고, 드라마의 몰입도도 높여준다.
기존에 없던 프로파일러라는 직업
지금은 프로파일러라는 게 하나의 직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인정받지만 처음 생겨날 때 사람들의 반발이 얼마나 심했는지 드라마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 프로파일링 기법이 처음 도입될 때 시대상의 묘사 또한 훌륭하다. 분석보다는 발로 현장을 뛰고 잠복해서 범인을 잡는 게 익숙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범죄자와 면담을 통해 생각을 읽고 그걸 토대로 다른 범죄를 예방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은 없어선 안 될 직업이며 하나의 수사 과정이 되었다. 드라마 내에서도 점점 수사에 도움이 되고 활약하면서 범죄 행동 분석팀의 파이가 커지고 동료도 처음과는 다른 시선으로 분석팀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이 인정받고 자리 잡는 과정이 드라마의 내용과 함께 더불어 진행되는데, 이는 비단 드라마의 내용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회에서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문화와 기술을 받아들이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모두 낯선 것에 대한 반감과 본래 있던 낡고 잘못된 관습을 인정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도 범죄 행동 심리 분석이라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호적인 이해가 아닌 범죄를 타파하기 위한 이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하나 마음에 들었던 것이 힘을 가지고 있는 윗사람들이 주인공들을 배척하고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관계로 나왔다는 점이다. 수사물에선 종종 윗사람들을 피해 숨어서 일을 진행하고 일에 방해를 받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힘이 되는 존재로 등장한다. 괜한 쓸데없는 힘겨루기 같은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좋았다.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력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송하영과 국영수를 연기한 김남길, 진선규 배우. 김남길은 어렸을 때 방영한 '상어'와 비담 역으로 나온 '선덕여왕'은 잘 기억나지 않고 '열혈사제'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강하게 박혀있었는데 진지한 캐릭터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하영은 남의 감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으로 나오는데, 특히 연쇄살인범을 파헤치기 위해 어느 순간 선을 넘어 과하게 동화되는 모습, 피해자 주변의 남겨진 사람들에게 느끼는 죄책감과 미안함, 일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등 심리적인 부분까지 화면에서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진선규는 '범죄도시'라는 영화에서 얼굴을 알리고, '극한직업'과 '승리호' 등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 바가 있다. 드라마 주연은 이번이 처음인데, 기존 맡았던 배역들보다는 힘이 덜어진 국영수라는 부드러우면서도 리더십 있는 사람을 잘 표현해주었다.
처음 본 김소진 배우. 영화에서는 이미 주조연을 맡으며 활발히 활동하는 중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두 번째 드라마이자 첫 주연 작품이다. 신선한 마스크에 연기까지 너무 잘한다. 덤덤하면서도 절제된 듯한 표현으로 윤태구 팀장 그 자체를 보여준다. 딕션과 호흡도 너무 완벽해서 김소진 배우가 말할 땐 유난히 귀에 대사가 쏙쏙 박히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드라마에서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형사과장으로 나온 백준식 역의 이대연 배우와 기수 대장으로 나온 허길표 역의 김원해 배우, 송하영의 엄마 역으로 나온 김혜옥 배우까지 조연으로 등장하며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 다른 조연으로는 정순원, 공성하 그리고 려운 배우가 있었다. 공성하, 려운 배우는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연기를 잘하니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주연으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일 반가웠던 것은 정순원 배우였다. 지난번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고요의 바다'라는 드라마에서의 연기가 정말 감명 깊었던 기억이 있다. 거기선 마음 아프게 금방 죽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열혈 형사로 보게 되니 괜히 흐뭇했다.
드라마를 끝내며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생기고 연쇄살인범이 발생하는 비율이 낮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본절적으로 연쇄살인범이 사라진 게 아니라, 프로파일링 등의 수사를 통해 연쇄살인마가 되기 전 검거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극악무도한 범죄자는 점점 더 발전해나간다.
그러나 모 방송에서 나왔듯이, 그리고 드라마에서도 나왔듯이 세상에 완전 범죄는 없다. 본인들이 완벽한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하고, 잡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과학 또한 항상 발전하고 범죄 위에 있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란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 얼마나 고귀하고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길. 더해, 자신의 마음까지 보듬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대사이자, 드라마를 통해 핵심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마음을, 나 자신의 마음을, 내 주변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해 준다. 점점 팍팍해지는 개인주의 사회 속에서 안심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공식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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